최초이자 최후의 미식가로 알려진 브리야사바랭이었다. 원래 법률가이자 선천적 부르주아였던 그는<미식예찬>에 이렇게 썼다. "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 있다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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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 한국 남자들 역시 1800년대부터 1900년대 중반까지 프랑스 남자들이 겪었던 맛의 해방을 체험하고 있다. 맛이 곧 권력이고 경제력인 시대를 관통해서 순수 미식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. 이제 한국 남자들도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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금융의 시대엔 돈을 버는 것 만큼이나 돈을 쓰는 방식도 중요하다. 오히려 사회적 지위는 돈을 쓸 때 드러나게 돼 있다. 결국 먹고 입고 타는 데 쓸 수 밖에 없다. 맛은 남자가 자신의 사회적 배경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가치가 왰다. 당장 비싼 옷을 사서 빼 입을 수 있지만 미각은 하루 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. 길들여지기 때문이다. 먹어보지 않고는 맛을 누릴 수 없다. 소비의 능력으로서 미각은 가장 고귀한 재능이다. 멋보다도 맛이 더 차별적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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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화적 취향이 곧 성장 배경을 말해준다는 아비투스의 전환을 한 세대 안에서 이루고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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브리야사바랭처럼 이미 우리도 무엇을 먹느냐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는 진리를 인정한다. 남자가 자신의 왕성한 식욕과 미식 취향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건 직장 동료들과의 회식 자리에서가 아니다. 마음에 드는 이성과 식사를 함께 할 때다. 이제 남자는 생산의 능력 뿐 아니라 소비의 능력으로도 여자들한테 평가를 받는다. 좋은 레스토랑을 알고 맛있는 와인을 고를 수 있는 능력은 현대 남자들한텐 고대 남자들의 사냥 기술 만큼이나 요긴하다.현대 남자들은 더 이상 들판에서 사냥을 하지 않는다.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보면서 사냥을 한다. 그건 어떤 육체적 매력도 자아내지 못한다. 남성이 여성 앞에서 사냥 기술을 보일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 레스토랑을 고를 때다. .
- 신기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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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좋은 레스토랑을 알고 맛있는 와인을 고를 수 있는 능력"
좋은 레스토랑을 알고 맛있는 와인도 고르려면,
레스토랑도 가보고 와인도 먹어봐야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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